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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및 판례

제목

낙태와 상속권(3)

작성자
법무사
조회수
1982
내용

4. 상속 결격자와 피의자

현숙은 문득 선우가 생각났다.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1차만 수차 합격한 적이 있는 선우는 현숙과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은근히 현숙을 좋아하는 눈치였는데, 현숙은 선우의 불우한 환경을 알고 그저 친구로만 대해 왔었다. 현숙은 이럴 때 법학을 전공한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선우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선우는 말했다. “우리 민법 제1000조에 따르면 상속을 받을 사람은 그 순위가 정해져 있고, 그 순위에 해당하는 사람만이 상속인이 될 수 있어. 그리고 그 1순위는 죽은 사람의 자식들이나 손자들 즉 직계 비속이고, 2순위는 죽은 사람의 부모나 조부모 즉 직계존속, 3순위는 죽은 사람의 형제 자매, 4순위는 사촌이내의 친척들이야. 그런데 죽은 사람의 남편이나 아내가 있을 때는 민법 제1003조에 따라 제1000조의 1순위 또는 2순위와 같은 순위로 상속을 받을 자격이 있어.” 현숙은 다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죽은 사람의 남편이나 아내도 상속을 받을 수 있다.’라는 말만 귀에 들어왔다.

현숙이 물었다. “근데 내가 낙태했기 때문에 상속인의 자격이 없다는 시부모의 소송은 뭐야?” 그러자 선우는 말했다. “응 네 시부모가 민법 제1004조를 들어 네가 낙태했으므로 상속 결격자라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이것은 나도 잘 모르겠어.”

“민법 제1004조는 첫 번째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자를, 두 번째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세 번째 사기나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를, 네 번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를, 다섯 번째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를 상속받을 자격이 없는 자로 정해 놓고 있는데, 네가 뱃속의 아이를 낙태를 한 것이 민법 제1004조 첫 번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너를 상속 결격자로 주장하는 것 같다. 태아는 상속 순위에 있어서는 뱃속에 있어도 상속인으로 본다고 민법 제1000조 제2항에 정해져 있으므로 어떻게 보면 네 시부모의 주장이 맞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선우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그런데 민법 제1004조 제1호 사유 즉 위 첫 번째 사유는 상속 재산을 독차지 또는 그 지분을 더 많이 갖기 위해 ‘고의’로 살해 또는 살해하려고 한 자를 말하는 데, 너는 상속 문제 때문에 낙태를 한 것은 아니잖아. 단지 결손 가정이 될 것이라는 걱정, 네가 아이와 둘이서 평생을 보내기에는 너무 젊다는 것 때문에 낙태한 것일 뿐인데 네가 뱃속의 아이를 낙태하여 네 남편의 재산을 혼자 다 차지할 목적으로 낙태한 것은 아니잖아.”

현숙은 선우의 말을 이해할 것도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막막하다고 생각했다. 선우는 “하여튼 네가 아이를 낙태하여 상속 재산을 독차지할 목적, 즉 고의적으로 낙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법원에 답변서를 내 보도록 하자. 교과서나 판례에도 없는 것으로 봐 법원의 판단에 따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라고 말하면서 “답변서는 며칠 후 보여 줄테니 그것을 읽어보고 법원에 내든지 하자. 아, 그리고 경찰서에는 반드시 가야 한다. 아마도 너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거야. 모자보건법이라는 법이 있는데 임신중절은 강간으로 임신한 경우나 유전질환 등 몇 가지 예외를 빼고 낙태는 불법이고, 형법 제269조에 의해 처벌받아. 자, 이 정도로 정리하고 술이나 한잔 하지 뭐. 모처럼 만나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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